Saturday, March 24, 2012

여행은 일상의 축소판

2주 동안 인도에 다녀왔다. 휴가라고 말하면 다들 holiday to india??? 하고 반문했다. 휴가는 발리나 푸켓 같은 휴양지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질문에 있었다. 많은 물음을 안고 갔는데 많은 답도 얻어가지고 왔다. 여행은 일상을 압축해놓은 축소판인 것 같다. 좋기만 하지도 나쁘기만 하지도 새롭거나 익숙하거나, 어느 한쪽에만 나를 두는 일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말하는 것이 참 어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만남에 지친 상태에서 떠났는데,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여행은 귀결됐다. 온 우주가 너무 벅차도록 거대하다는 생각이다. 작고 소박하게 살았으면 싶은 마음과 달리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모든 종교에서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데, 대우주도 벅찬 나에게 대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즐거운 동시에 상당한 피로감을 남긴다. 격식을 갖춰 제대로 만나고 마음을 다해 존중하는 만남과 헤어짐을 추구하다 보니,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고 부담이다. 자카르타 생활 6개월이 지난 2주간 인도여행에 또렷한 상으로 드러났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에 대한 반가움과 두려움이 한 데 뒤섞였다. 매일 잘 곳, 먹을 곳을 고민해야 하고,비자든 버스표든 약속된 곳으로 가기 위해 수고를 겪어야 했다. 또 한 가지 발견한 것은 내가 시간에 쫓기는 조급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나는 불안해 했다. 우다이뿌르 피촐라호수의 야경을 바라보며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것을 경탄하는 것은 상상에서 되려 더 달콤했다. 실제로는 사색이나 여유가 어색해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나온 일들과 다가올 일들을 생각하느라 바빴다. 멍 때리며 한 곳을 응시하는 일은 겨우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내가 조금 서글퍼졌다. 아무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혼자 쫓기는 것은 나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함께 밤하늘을 보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길을 걷거나, 그늘 아래 쉬거나, 길거리 야식을 먹으며 낯선 이와 함께 수다를 떨거나, 황당한 상황에 함께 실없이 웃거나,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오토릭샤 안에서 말없이 밤을 맞이한 길동무들이 있었다. 인간은 경이에 차서 죽는다는 카뮈의 문장이 유난히 와닿는 까닭은 내가 불확실한 경이로움을 찾아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문이다. 놀라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되는 나의 경험체계는 나를 끊임없이 불확실 속으로 끌고간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것을 누군가는 자유라고 읽고 누군가는 불안이라고 읽는다. 자유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어느 순간에는 불안해 할 수 있다. 무를 유로 볼 수 있는 힘, 흘러가는 모든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간직하는 담대함 같은 것을 위하여 나는 여행을 한다고 해두자. 하루하루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하면서 나를 깨울 수 있다는 것, 그리움을 숙성시키는 것. 내게 여행의 의미는 그런 것 같다고, 아흐메다바드에서 뭄바이로 가는 밤버스 안에서 트윗했다. 겨우 2주 떠나있다 돌아온 자카르타는 몰라보게 낯설다. 말도, 날씨도, 사람도, 내가 살던 집까지도 낯설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질문은 2막으로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