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15, 2012

밤 2

아직 잊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새로운 사람이 온다. 그런 경험은 반복된다. 충분히 생각하고 싶은데, 또 새롭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밀려온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밀물과 썰물. 내 마음은 내 몸은 내 일상은 그저 늘 철썩하고 싸하고. 모래가 함께 밀려나갔다가 밀려왔다가. 깎이는 듯했다가 다시 차올랐다가. 자까르따에 온 뒤로 나는 파도가 바삐 오가는 해변이 됐다. 혼자 있을 시간이란, 온전히 시간을 무시한 상상의 시간 뿐이고 그래서 느끼는 완전한 자유로움은 꿈 속에 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이 소중하다.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상은 매일 시간과 투쟁을 한다. 밤에도 낮에도 바닷가엔 파도가 밀렸다 빠져나가지만, 밤바다의 어둠은 견딜만 하다. 모두가 해맑게 웃고 떠들며 뛰놀고 물장난을 하는 넓은 바다, 혼자인 법은 없지만 파도를 피할 수 없는 바다. 밤이 되면 나는 내가 아니고, 내가 그리워하는 것, 내가 상상하는 것,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된다. 

Monday, May 14, 2012

밤 1

그는 밤마다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음악을 듣는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후 사무실에 늘 빵빵한 스테레오 스피커에 멋진 음악을 걸어놓는다. 3층에 있는 내 자리에 올라올 때 지나와야 하는 1층 기록관리팀은 낮엔 더없이 차분하고 착실한 공간. 퇴근 시간이 지나 어둠이 내리면 감성이 열리는 공간. 늘 혼자 웃음짓기만 하다가, 오늘은 디카 안똔이랑 삼겹살을 먹고 혼자 1층을 지날 때,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수줍게 화답했다. 낮동안엔 음악 듣고 싶어서 어떻게 참나. 늘 좋은 음악이 있다. 그는 음악을 듣기 위해 집에 늦게 가는 걸까?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밤을 기다리는 걸까? 그의 순박한 미소가 긴장된 마음을 녹였다. 한숨짓고 긴장됐던 하루가 밤으로 도망친다.(120514 JKT)

(150104 JKT) 일요일 오후, 2015년 첫 월요일 신문 준비를 위해 출근한 그의 스피커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가 흘러나왔고, 나는 처음으로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고 'Good Music'이라고 말했다.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