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11, 2013

경고 - 위지 투쿨



Peringatan (경고)
-Wiji Thukul (위지 투쿨)*



만약에 권력자들이 연설을 할 때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면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아마도 그들은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리라.


만약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논의할 때
몰래 숨어 속삭인다면
권력자들은 주의를 기울이고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에 민중이 불만을 당당히 말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또한 권력자들이 하는 말이 거부될 수 없다면
진실은 위협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만약에 제안이 가차 없이 거절되고
목소리가 침묵 당하고, 비판이 이유 없이 금지되며
전복을 꾀하고 안정을 흔든다고 고발되다면
그러면 우리에겐 오직 하나의 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저항하라!

(1986년 중부 자바 솔로에서)


*위지 투쿨
1963년생.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등 교육 중단 후, 신문팔이 암표상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노동자가 되었으나 후일 시인, 음악가, 연극인으로 활동. 민중민주당(Partai Rakyat Demokrasi)의 일원으로 노동자 시위 조직을 돕고 참여하는 등 적극적 정치활동. 1995년 노동자 시위에서 진압대의 소총 개머리판에 가격 당해 한쪽 눈 실명(실명한 눈의 위지 투쿨 일러스트가 독살된 인권변호사 무니르 초상과 함께 국가폭력진상조사/과거사정리 요구하는 시민사회 상징 이미지로 널리 쓰임). 1998년 4월 시위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실종. 97-98 많은 반정부 활동가들이 반수하르또 시위 중 정부군에 납치되었는데 투쿨 역시 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 투쿨의 시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사회상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실종 이후 시위 현장에서 항상 읽혀지고 있다고.




-인도네시아 시사주간 Tempo(2013년 5월 13-17일), 위지 투쿨 특집

-<경고>는 그의 대표적 시

-아시아저널 2011년 겨울호에서 발췌.

Thursday, January 10, 2013

엄마와 목포

큰 외삼촌의 택시를 타고 엄마와 외가터를 지났다. 가끔씩 비가 내리는 회색 하늘의 날이었다. 목포 용현동이었고, 집터는 밭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삼촌은 왜 목포 터미널에서 엄마와 나를 태우자 마자 "우리 어릴 때 살던 동네 그대로여."하며 엄마의 향수를 깨웠을까. "그래?"하며 말을 받던 엄마의 목소리가 평범했지만 삼촌은 "으응. 그대로여. 언제 생각나서 갔드마 그대로대."했고 또다시 그렇냐는 메시지가 담긴 엄마의"으으으응"이 이어지자 삼촌은 "한 번 가볼랑가, 온 김에."했다. 엄마는 남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비 맺힌 창 밖을 가끔 봤다. 비 오는 오후 아주 조용하고 평범한 주택가에 차가 들어섰는데 집터가 있다는 낮은 언덕배기에 오르기도 전에 삼촌은 "누나 여기 기억낭가"했고 엄마는 "으응 생각난다"했다. 삼촌과 엄마는 자신들의 외가 어른과 사촌 얘기를 했다. 나에게는 외가의 외가 사정이었다. 자주 삼촌과 엄마의 외삼촌과 이모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와 내 외삼촌의 큰 외삼촌은 시내에서 아직 철물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도 그 자리에서 '한 번 가볼랑가' 목록에 올랐다. 엄마는 집터가 보이자 삼촌이 '여기'라고 얘기하기 전에 등을 세우고 창 밖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엄마와 삼촌의 어린시절이 기억된, 내게는 낯이 설은 용현동 어느 국민학교 앞 동네를 지나는 목포개인택시에는 엄마와 삼촌의 얘기가 꽉 찼다. 삼촌이 동네를 한두바퀴 도는 동안 엄마가 "요새 자꾸 옛날집이 꿈에 나와"하자 그 말이 콱 와서 박혔다. 집 앞 개울 얘기며 엄마 국민학교 동창 옆집 누구며 또다른 얘기들이 나왔지만 자꾸 꿈에 나온다던 말만 생각난다. 오늘도 자카르타는 비가 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흐렸다가 비가 내렸다가 내내 회색이고 물이다. 자꾸 꿈에 나온다던 엄마의 말과 함께 엄마랑 목포에 갔던 지난 6월인지 7월인지. 그 날이 생각나는 건 오늘 날씨 탓인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오는 밤 길 언제나 그렇듯 집 앞 도로가 차로 꽉 막혀 에어컨으로 서늘한 택시에 오래 앉아 있었던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비가 오고 하늘이 회색이 되고 하면 목포에서 엄마랑 큰 외삼촌이랑 사진 찍었던 그 목포에서 제일 크다는 나이트 근처 바닷가가 생각날 것 같다. 비오는 날 택시는 이미 자주 탔는데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오늘 엄마가 가만히 내 생각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