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3, 2012

자카르타 2막 1장, 2012 Ramadhan

두 달 반만에 돌아온 자카르타는 라마단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러 광주에서 쪄온 살을 빼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7일 오후 4시 가루다 인도네시아로 도착한 이후 하루에 한 끼 잘 챙겨먹으면 다행이다. 일단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손수레 밥집들이 없다. 특히 주택가가 그렇다. 대형 쇼핑몰을 가면 무슬림이 금식해야 하는 해 뜬 시간이라도 골라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주문받고 서빙하는 무슬림들에겐 미안한 노릇이다. 매일 저녁 6시 하루 금식이 끝날 때, 택시 안에 있으면 미안해 어쩔 줄 모른다. 6시가 금식종료인지 모르고 있다가 Jl. Melewai에 있는 씨티은행 ATM에 들렀다가 그 곳 주차도우미 아저씨가 알려줘 알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내가 은행업무를 보는 사이 근처 가게에서 빵과 물을 사왔다. 6시에 가까울 때 앙꼿을 타도 기사아저씨에게 미안하고, 라마단 기간 밤 늦게까지 2시간이나 운전해 집까지 데려다 준 지인의 운전기사에게도 미안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운전기사들 신경이 특히 날카로워진다는 말도 생각났다. 반둥에서 한 앙꼿 기사 아저씨는 이둘피트리(금식이 끝나는 명절)가 7일 남았다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말을 보낸 반둥에서도 그랬다. 머물던 친구집 근처에 바소미(쇠고기나 닭고기 혹은 생선 완자를 넣은 국수)가게가 있는 것을 보고, 내일 아침 산책 갔다오는 길에 먹어야 벼렀는데, 아침에 가니 문을 닫았다. 동네에 음식이고 물이고 먹을 곳이 하나도 없다. 앙꼿을 타고 중심가로 내려와서나 식당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기차여행을 했다. 반둥역-자카르타 감비르역까지 기차를 탔다. 3시간 정도의 여정이다. 반둥역에서 기차표를 사고, 첫 끼니를 위해 역사한 식당에 갔는데, 역시 미안했다. 그래도 너무 배가 고파서였는지, 몸과 마음의 태도가 달라져서인지 음식이 참 감사하고 맛있었다. 개념이 생겨서 이제는 기차 안에서도 물 마시는 게 눈치보였다. 통로 사이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무슬림이었던 걸.

감비르역에서 집까지 transjakarta를 세 번 갈아타고 왔다. 꼭 1시간 40분이 걸렸다. transjakarta는 자카르타 전역을 연결하는 시내버스인데, 노선 번호는 없고 구간과 구간을 연결하는 종합역들이 자카르타 중심부에 모여있다. 3500루피아로 횟수 제한없이 갈아탈 수 있다. 이걸 두고, 지난 7개월간 줄곧 택시를 타고 다녔다. 값이 싸고 노선 번호 따지는 번거로움이 없는 대신, 역에서 버스를 오래 기다리다 지친다. 일요일 한 낮이라 시내 어디나 길이 막혔고, transjakarta는 전용도로가 있어 러시아워에도 교통체증 걱정이 없는 게 정상인데, 길이 막힐 땐, 차들이 난입하기도 하고  어떤 구간은 전용도로가 없다. 그러니까 transjakarta라도 막힐 땐 막히는 거다. 날도 뜨겁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기다리기 지루하다... 할 때쯤 senen역에 있던 아가씨가 쓰러졌다. 금식 중인데 너무 뜨겁고 지쳐서 잠시 실신한 것 같았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이 쏠렸다. 무슬림여자들이 가방에서 꺼낸 물을 건넸다. 경찰도 오고 역사 관계자도 왔는데, 크게 당황한 기색은 아니었다. 쓰러졌던 여자의 오빠 혹은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만 혼비백산. 여자는 금방 정신도 기운도 차렸다. 해가 떠있으면 물도 음식도 먹지않는 금식 기간, 더운 동남아시아 건기에 쓰러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금식을 하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것까지 계산되어 있는 건가.

집 앞 간다리아 몰에 장보러 간 시간은 저녁 5시쯤. buka puasa(금식을 깨고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 저녁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 식당엔 웬만하면 자리가 없다. 가족단위 예약이 다차서. 라마단 기간 외식이 늘어 음식 소비량이 평소의 두배 이상 치솟는다더니. 외식업계는 라마단 특수다. 롯데마트는 의외로 한산했다. 장보러 온 사람들 중 히잡을 쓴 사람은 마트 직원 외에 거의 없었다. 그 시간이면 buka puasa를 해야지 식재료 장보진 않겠지. 손님은 대개 중국계 등 비무슬림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이 전체의 88%정도라지만, 내 주변엔 천주교신자인 인도네시아 사람이 꽤 많다. 무슬림이라도 금식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금식하는 무슬림 친구들은 낮에 기운이 없다. 덩달아 나도 하루에 한끼 먹으며 낮엔 기운이 없다. 오늘 아침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뜨거운 흰밥도 먹고 싶은데, 곁의 친구에게 미안해 그냥 굶고 말았다. 지난 달부터 반둥 빠자자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에 들어간 친구는 라마단 기간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 친구네 집에 보낸 첫날, 배가 고파서 나도 밤에 잠이 안 왔다.

곧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8월17일)과 이둘피트리(8월19일)이 다가오므로 나도 막차 타고 금식 대신 소식하기로 했다. 라마단이 끝날 때까지는 저녁 6시를 대비해 무슬림 친구들이나 택시기사 등등을 위한 사탕을 좀 가지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