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06, 2014

위르요 아저씨

1년 2개월째 살고 있는 자카르타 남부 위자야 띠무르 집 관리인 위르요 아저씨는 부유함의 냄새를 맡으면 웃는다. 눈 앞에, 좋은 것 그러니까 돈으로 환산해 값이 나가는 것을 보면 만면의 미소와 함께 구하지 않은 친절을 행동으로 옮긴다. 돈 앞에 충성을 보이는 그런 물신의 전형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리인이긴 한데, 도대체 뭘하고 월급을 받나 좀 의아할 때가 있다. 좋은 새 차 보고 '새차 샀냐'고, 새 자전거 보고 '자전거 샀냐'고 환하게 웃는 목소리로 묻던 사람이 정원 나무 잘라놓은 걸 보면 놀란다. 놀라울 건 아닌가.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청소를 한다. 물론 집안 쓰레기통 안과 밖에 쌓인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일이나 테이블, TV, 책 선반 등에 쌓인 먼지를 닦는 일은 거의 없지만. 새 입주자가 들어 올 방에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다거나 에어컨 청소를 해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제깍하는 것은 또 신기하다. 그렇게 쉬엄쉬엄 좀 놀다가 비오고 해 내리쬐고 다시 비오고 해 내리쬐는 날씨가 반복되는 통에 정원이 금방 정글이 되면, 가지가 자랄 만큼 자랄 때 까지 방치하다가 정원 나무를 인정사정 없이 잘라버리는데, 결과물은 '미는 뭐고 조경은 뭐냐' 하고, 잘라냈을 것 같은 모양이다. 그가 잘라버린 가지 많던 나무-키가 작지만 가지와 잎이 무성해서 내 방 침대쪽 창의 한낮 햇빛을 가리던 그 가지 많던 나무의 헐벗은 모습과 잘린 단면들을 보면, 목욕은 일년에 한 번 하는 구정물 흐르는 아이가 막 머리 밀고 목욕한 것처럼, 눈에 띄게 멋쩍다. 위르요 아저씨가 가지를 쳐낸 위자야 띠무르집 정원 나무가 만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라 치고 내 눈엔 그 나무 위로 말 풍선이 그려지는데 이런 거다. "헐..... 잘라도 이렇게 자르냐......" 
지난 토요일 블록엠에 영화 <수까르노> 보러 다녀오는 길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로수 정비하는 중이었던지 길가에 잘린 가지들이수북했고 인부 아저씨들이 잘라낸 가지들을 이동의 편리와 부피줄이기를 위해 다시 낫같은 칼로 자를 때 풍기던 짙은 나뭇잎, 나무 냄새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은 좋은데 가지 잘라서 나는 짙은 나무냄새가 꼭 생각없는 사람이 휘두른 칼에 이유없이 죽은 사람의 피냄새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