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10, 2013

엄마와 목포

큰 외삼촌의 택시를 타고 엄마와 외가터를 지났다. 가끔씩 비가 내리는 회색 하늘의 날이었다. 목포 용현동이었고, 집터는 밭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삼촌은 왜 목포 터미널에서 엄마와 나를 태우자 마자 "우리 어릴 때 살던 동네 그대로여."하며 엄마의 향수를 깨웠을까. "그래?"하며 말을 받던 엄마의 목소리가 평범했지만 삼촌은 "으응. 그대로여. 언제 생각나서 갔드마 그대로대."했고 또다시 그렇냐는 메시지가 담긴 엄마의"으으으응"이 이어지자 삼촌은 "한 번 가볼랑가, 온 김에."했다. 엄마는 남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비 맺힌 창 밖을 가끔 봤다. 비 오는 오후 아주 조용하고 평범한 주택가에 차가 들어섰는데 집터가 있다는 낮은 언덕배기에 오르기도 전에 삼촌은 "누나 여기 기억낭가"했고 엄마는 "으응 생각난다"했다. 삼촌과 엄마는 자신들의 외가 어른과 사촌 얘기를 했다. 나에게는 외가의 외가 사정이었다. 자주 삼촌과 엄마의 외삼촌과 이모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와 내 외삼촌의 큰 외삼촌은 시내에서 아직 철물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도 그 자리에서 '한 번 가볼랑가' 목록에 올랐다. 엄마는 집터가 보이자 삼촌이 '여기'라고 얘기하기 전에 등을 세우고 창 밖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엄마와 삼촌의 어린시절이 기억된, 내게는 낯이 설은 용현동 어느 국민학교 앞 동네를 지나는 목포개인택시에는 엄마와 삼촌의 얘기가 꽉 찼다. 삼촌이 동네를 한두바퀴 도는 동안 엄마가 "요새 자꾸 옛날집이 꿈에 나와"하자 그 말이 콱 와서 박혔다. 집 앞 개울 얘기며 엄마 국민학교 동창 옆집 누구며 또다른 얘기들이 나왔지만 자꾸 꿈에 나온다던 말만 생각난다. 오늘도 자카르타는 비가 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흐렸다가 비가 내렸다가 내내 회색이고 물이다. 자꾸 꿈에 나온다던 엄마의 말과 함께 엄마랑 목포에 갔던 지난 6월인지 7월인지. 그 날이 생각나는 건 오늘 날씨 탓인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오는 밤 길 언제나 그렇듯 집 앞 도로가 차로 꽉 막혀 에어컨으로 서늘한 택시에 오래 앉아 있었던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비가 오고 하늘이 회색이 되고 하면 목포에서 엄마랑 큰 외삼촌이랑 사진 찍었던 그 목포에서 제일 크다는 나이트 근처 바닷가가 생각날 것 같다. 비오는 날 택시는 이미 자주 탔는데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오늘 엄마가 가만히 내 생각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