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1, 2014

핑크 체크무늬 셔츠의 그녀

그녀는 어떤 중요한 일로 여정에 오른 것 같았다.

그녀는 큰 캐리어 세 개를 혼자서 카트에 담아 끌고 자카르타 수까르노-하따 공항 대한항공 발권창구에 줄을 섰고, 큰 캐리어 세 개부터 어깨에 맨 큰 명품모조 가방, 손목의 플라스틱 금빛시계까지 모든 것이 새로 산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였다. 때때로 울어댄 블랙베리 스마트폰도 최신형에 액정과 키패드가 반짝거리는 '신삥'이었다. 다만 발가락을 끼워 신는 슬리퍼는 슈퍼에서 파는 흔한 것이었다. 겉옷으로 챙긴 청재킷이 짐챙기느라 카트에서 떨어져도 그녀는 옷을 털지 않았다. 발권대기 내내 신경이 날카로웠다. 발권창구가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누가 새치기를 하거나 자기가 뒤로 밀릴까봐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서라는 거냐, 여기 서는 거 맞냐"며 직원들에게 큰 소리로 묻고 또 물었다. 항공사 직원들은 이제 막 문을 연 발권창구 정돈을 하느라 분주하던 때였다. 다들 차분하게 기다리는 가운데 혼자 유독 목소리 크게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또 신경질적으로 질문을 해대던 그녀를 다시 만났다. 내 옆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한 가지 이상의 음식들에 알레르기가 있는 무슬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승무원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이메일로 특별 주문한 메뉴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하고 다른 메뉴들을 권했기 때문이다. 곧 그녀가 인천을 경유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종 도착지가 어딥니까 손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하고 답하는 차분한 발음과 태도에 비장한 기색이 있었다.

서울에 도착해 카페에 앉아 대로변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그녀가 생각났고 궁금했다. 그녀는 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걸까? 무슨 일로 가기에 그렇게 예민했던 걸까? 가만히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녀는 <자카르타포스트> 정치부 기자 마가렛과 얼굴의 느낌이 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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